현직 경찰관의 실용글쓰기 활용-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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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에 글 써가며 띄어쓰기 연습 김 경장은 지난해 1월 중앙경찰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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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내신 성적 가·가·가·가·가 …. 고교 때 마음껏 노느라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한 학생이 어엿한 경찰공무원이 됐다. 서울 13기동대 김대현(26·사진) 경장이다.

 

순경이 된 지 채 2년도 안 돼 경장으로 특진했다. 그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문서 작성. “가방끈이 짧아 글을 못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 싫었다”는 김 경장이 글 실력을 쌓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지난 12일 서울 경복궁 근처 한 카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마시며 휴대전화 메모장에 뭔가 빼곡히 써내려가던 그를 만났다.

 

원고지에 글 써가며 띄어쓰기 연습


김 경장은 지난해 1월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며 순경에 임용됐다. 직후 서울 논현1파출소에 몸 담았다. 김씨는 “막상 경찰공무원이 되니 문서 작업을 할 게 많았다. 가방 끈이 짧아 그런지 글 쓰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글 실력에서만큼은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밀려선 안 된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는 매일같이 혼자 카페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글쓰기 연습을 했다. 쓴 글을 읽어보고, 똑같은 말을 최대한 반복하지 않도록 고치고 또 고쳤다. 체포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 현행범을 체포하는 상상까지 했다. 포털사이트의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해 띄어쓰기, 맞춤법을 확인했다.

 

쉬는 날이나 출근 전이면 어김없이 신문을 챙겨 봤다. 글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법을 익혔다. 신문에서 글 소재가 되는 시사 상식도 늘렸다. 원고지에 직접 글을 써가며 띄어쓰기를 공부했다. 애매한 단어는 바로 사전을 찾아가며 오답과 정답을 확인했다.

 

김 경장이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을 본격 준비한 건 승진을 앞두고서였다.

 

경찰공무원은 내부 승진 시 최고 0.3점의 가산점을 인정한다.

 

이 0.3점의 가산점 중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은 1000점 만점 중 660점 이상이면 0.3점, 620점 이상 0.2점, 590점 이상 0.1점을 인정받는다.

 

김 경장은 가산점 항목에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글쓰기 실력은 평소 갈고닦아온 터라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하게 내부 추천을 받아 서울지방경찰청 정기 특진 대상에 선발됐다. 굳이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을 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김 경장은 지난 9월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에 응시했다. 글 실력을 평가받고 싶은 욕심이 났다. 1000점 만점 중 700점대를 받으며 고득점 대열에 합류했다.

 

경찰청 내 보고서는 보고서 종류마다 사용하는 문장 형태가 다르다. 막힘 없이 길게 쓰는 장문형이 있는가 하면, 딱딱하지만 상대방이 잘 이해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끔 하는 단문형도 있다.

 

김 경장은 “2개월간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을 공부하면서 글쓰기 요령을 쌓았더니 경찰청 내 문서 작성 업무가 한결 편해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지구대 순찰 후 오늘 겪은 일을 글(보고서)로 표현해 쉽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며 “아무리 10~20장씩 장황하게 쓴다 한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글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긴 내용을 문서 한 장에 압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이유다.

 

 

실용글쓰기 응시자 4년 새 3.5배 증가 


김 경장처럼 문서 작성 능력을 키우기 위해 경찰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업 및 대기업의 취업준비생, 내부 직원들이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에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실용글쓰기 시험을 실시한 첫 해인 2010년에는 7000명가량이 응모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글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교육적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올해 1~11월 응시자는 3만1685명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인한 한국실용글쓰기 검정시험은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와 중앙일보 미디어플러스가 공동 주최한다.

 

경찰공무원뿐 아니라, 포스코·KT·현대중공업 등 일반 기업체와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입사·승진, 제주도·충청북도 등 공공기관의 임용·승진 시 꼭 필요하다. 경찰공무원의 임용 혹은 승진을 위한 응시자는 전체 직업군에서 3위를 차지한다.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 장건태 연구소장은 “글쓰기는 개별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종합하는 융합적 사고력 과정의 결과물”이라며 “이 시험은 단순한 시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입·취업 준비생에게 융합적·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라고 풀이했다.

 

 

정심교 기자  

    2014-11-19 09: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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